이번 전시의 제목은 스페이스2에 설치된 <나는 해와 달과 구름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욕조에서망고를 먹고 싶다...>(2023)라는 작품 제목에서 가져왔습니다. 이 문장은 앙리마티스가 그림 그리기에 가장 좋은 빛을 찾기 위해 프랑스 남부로 여행을 떠났을 때 했던 말입니다. 반 데 벨데는 여러 색의 빛으로 가득한 자신의 추상화 밑에 마티스의 글귀를 직접 적어서, 빛을 찾아 여행한 20세기 색채의 거장과 자신을 동일시합니다. 한편, 이 제목은 문자 그대로, 여행을 떠나지 않고도 자신의 집,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근 채 이국적인 세계로 상상의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강조합니다.
전시된 회화 작업들은 반데 벨데의 '허구적 자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20세기 초 태양 아래서 자연을 그리고자 했던 외광파 화가로 변신한 작가는 미술사를 가로지르며 에밀놀데(Emil Nolde),피에르 몬드리안(Piet Mondrian)등과의 상상적 만남을 통해 흥미진진한 모험과 예술적 탐험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반 데 벨데가 많은 미술 사조들 속에서도 외광파를 주요하게 다루는 이유는, 빛과 자연을 찾아 작업실 밖으로 나간 외광파 작가들이 작업실 밖으로 나가지 않은 자신과 가장 다르기 때문입니다. 외광파 화가들이 실제로 보고 겪은 자연을 그림에 담는다면 반 데 벨데는 반대로 작업실 안 안락의자에 머물며 상상의 여행을 떠나 영감을 얻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외광파 작가로서의 반 데 벨데가 그린 하늘, 바다, 호수, 숲, 들판의 풍경들로 가득 찹니다.
스페이스2에 설치된 영상 <하루의 삶>역시 외광파 작가의 하루 동안의 여정을 그립니다. 반 데 벨데의 얼굴을 본뜬 마스크를 쓰고 있는 주인공은 마치회사원처럼 아침에 일어나 서류 가방을 들고 지하 깊이 숨겨진 금고로 출근합니다. 이 서류 가방 안에는 외광파 작가인 주인공이 모아온 내밀한 영감의 원천이 담겨있고, 이것을 꼼꼼하게 정리해서 금고에 보관해 놓습니다. 영상속 주인공처럼 반 데 벨데는 여러 분신들의 '하루의 삶'을 살아보면서 영감을 얻고, 이를 상상적 재현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허구적 자서전'을 만들어갑니다.
반 데 벨데의 작업은 상상과 현실, 가짜와 진짜, 미술과 언어 등이충돌하며 긴장을 일으키고 또 서로 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삶과 예술을 새롭게 바라볼수 있는 다면적 시야를 열어줍니다. <리너스 반 데 벨데: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를 통해 여러분은 때로는 터무니없는 공상같지만, 때로는 진진한 예술적 고민을 담은 작가의 내적 모험에 동행할 수 있습니다.
작가의 상상적 여행을 통해서,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만드는 상상력이라는 무한한 힘이 우리를 어디까지 이끄는지 경험해 보기 바랍니다.
리너스 반 데 벨데는 스스로 '안락의자 여행자'라 자신을 소개합니다. 작업실에서 책과 영화, 뉴스와 잡지, 역사와 미술사 서적들, 작가와 위인의 전기 등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공상적 모험을 떠납니다. 사실에 기반한 자료와 이미지를 자신의 이야기로 전환하는 상상력을 통해 반 데 벨데는 가상의 세계관을 구축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 작업으로 잘 알려진 대형 목탄화와 오일파스텔화, 색연필화를 비롯해 최근 확장해 가고 있는 영상, 조각, 설치 작업을 망라해 소개합니다.
스페이스1에는 작가 특유의 상상적 여행을 통해 만들어지는 평행 우주의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영상<라 루타 내추럴(La Ruta Natural)에서는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같은 제목처럼 초현실적인 세계로 여행을 떠나 가상과 실재, 모험과 일상, 삶과 죽음을 반복합니다. 영상에 등장하는 배우는 작가의 얼굴을 본뜬 마스크를 쓰고서 작가의 도플갱어를 연기합니다. 주인공은 <과일가판대>에서 찾아낸 당근 열쇠로 잠겨 있던 해치 문을 열고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를 발견합니다. 이때 주인공이 한 계단 한 계단 힘겹게 내려가는 터널은 또 다른 평행 우주로 들어가는 통로로서 현실에서 허구로의 전환을 일으킵니다.
반 데 벨데의 영상 작업은 모두 작가의 작업실 안에서만 촬영되는 '스튜디오'영화'입니다. 영상에 나타는 장치들은 모두 작가가 작업실에서 목재와 판지 등으로 직접 만든 것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실물 크기의 세트장과 판지로 만든 자동차부터 작은 모형들까지 영화 속에 등장했던 세트와 소품들을 함께 만나 볼수 있습니다. 이 조각 작품들은 수공예 작업처럼 하나하나 공들여 제작되었음에도 취약한 재료와 만듦새를 일부러 드러내어 우리가 영화적 환영 속에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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